비 오는 날 캠핑, 설치 순서만 바꿔도 덜 젖는다
예약해둔 날 비 예보가 뜨면 고민이 됩니다. 취소하자니 아깝고, 가자니 걱정입니다. 그런데 비 오는 날 캠핑이 힘든 이유의 상당 부분은 설치와 철수 과정에 있습니다. 일단 다 치고 나면 오히려 조용하고 운치 있습니다.
오늘은 젖는 양을 줄이는 방법을 순서대로 정리해봅니다.
설치 방식부터 확인해두세요
이게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. 앞선 글에서 다룬 설치 방식이 비 오는 날 실제로 갈립니다.
플라이 선피칭(아우터퍼스트) — 방수되는 플라이를 먼저 세우고 그 아래에서 이너를 답니다. 이너가 비를 맞지 않습니다. 비가 잦은 유럽 브랜드에 이 방식이 많습니다.
이너 선피칭 — 이너를 먼저 세우고 플라이를 덮습니다. 설치하는 동안 이너가 그대로 비를 맞습니다. 자는 공간이 젖으면 그날 밤이 고생입니다.
일체형 — 이너와 플라이가 붙어 있어 한 번에 올라갑니다. 비 오는 날에는 이 방식이 가장 유리합니다.
원터치 — 펼치는 시간이 짧아 비에 노출되는 시간이 가장 적습니다.
지금 쓰시는 텐트가 이너 선피칭이라면, 비 예보가 있을 때 쓸 방법을 미리 알아두셔야 합니다.
타프를 먼저 칩니다
비 오는 날 순서는 하나만 기억하시면 됩니다. 타프 먼저, 텐트 나중.
타프를 먼저 쳐서 지붕을 만들고, 그 아래에서 텐트를 설치하면 젖는 양이 크게 줄어듭니다. 짐도 타프 아래로 옮겨두면 됩니다.
타프가 없다면 차 트렁크나 해치를 열어 임시 지붕으로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. 차박 사이트라면 이쪽이 더 편합니다.
짐은 마지막까지 차에 두세요
비 오는 날 흔한 실수가 도착하자마자 짐을 다 내리는 것입니다. 설치하는 동안 짐이 그대로 비를 맞습니다.
- 타프·텐트·팩·망치만 먼저 내립니다 - 설치가 끝난 뒤 나머지를 옮깁니다 - 침낭과 옷가지는 방수 가방이나 비닐에 넣어두세요. 이건 절대 젖으면 안 됩니다
자리 선택 — 물길을 봅니다
설치 전에 30초만 지면을 보세요. 비가 오면 물은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.
- 주변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자리를 고릅니다 - 움푹 팬 곳, 물이 고인 흔적이 있는 자리는 피합니다 - 경사가 있다면 물이 흘러 내려오는 위쪽이 아니라 옆으로 비켜섭니다 - 나무 바로 아래는 비가 그친 뒤에도 물방울이 계속 떨어집니다
그라운드시트는 텐트 바닥보다 작게 깔거나 가장자리를 안쪽으로 접어 넣으세요. 시트가 텐트보다 삐져나오면 그 위로 흐른 물이 텐트 바닥과 시트 사이에 고입니다. 이걸 모르고 시트를 크게 깔았다가 바닥이 젖는 경우가 많습니다.
가이라인은 평소보다 더 당깁니다
젖은 원단은 늘어납니다. 설치할 때 팽팽했던 플라이가 밤사이 처지면서 이너에 닿으면, 닿은 자리로 물이 스며듭니다.
- 설치 시 가이라인을 평소보다 조금 더 당겨둡니다 - 밤에 한 번 나가서 처진 곳을 다시 당겨주면 확실합니다 - 플라이와 이너가 닿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세요
철수가 더 문제입니다
비 맞은 텐트를 그대로 개서 차에 싣고 집에 가면, 그 다음이 진짜 문제입니다.
- 당일에 반드시 펼쳐 말리세요. 하루만 젖은 채로 두어도 곰팡이가 시작됩니다 - 집에서 펼칠 공간이 없다면 베란다에 널거나, 여의치 않으면 세탁소·캠핑장 건조 서비스를 찾아보세요 - 이너와 플라이를 분리해서 각각 말립니다 - 팩과 폴대도 물기를 닦아 말립니다. 폴대 안쪽에 물이 남으면 부식됩니다
앞선 중고 거래 글에서 곰팡이 얘기를 했는데, 대부분 여기서 시작됩니다. 잘 말리는 것만으로 텐트 수명이 몇 년 달라집니다.
정리
- 타프 먼저, 텐트 나중 - 짐은 설치가 끝난 뒤에 내립니다 - 주변보다 높은 자리, 물길을 피해서 - 그라운드시트는 텐트보다 작게 - 가이라인은 평소보다 더 당기고, 밤에 한 번 더 - 당일에 반드시 말리세요
비 예보가 있다고 무조건 취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. 준비가 되어 있으면 오히려 사람 적은 캠핑장을 조용히 쓸 수 있습니다.
저희 사이트는 텐트마다 설치 방식(이너 선피칭·플라이 선피칭·일체형·원터치)을 표기하고 있습니다. 비 오는 날에 유리한 구조인지 미리 확인해보세요.
도움이 되셨다면 캠핑 친구에게도 알려주세요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