경사진 사이트, 텐트 방향을 이렇게 잡으세요
지금까지는 데크가 평평하다는 전제로 이야기했습니다.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. 배정받은 사이트가 완전히 평평한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고, 눈에 잘 안 띄는 미세한 경사부터 한눈에 보이는 언덕까지 정도만 다를 뿐 대부분 어느 정도는 기울어져 있습니다.
경사 자체를 피할 수 없다면,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가 그날 밤 잠자리를 결정합니다. 이번 글은 경사진 사이트에서 텐트를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다룹니다.
가장 먼저 할 일: 배수 방향부터 파악하기
텐트를 펼치기 전에 딱 1분만 투자해서 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부터 확인하세요. 가장 쉬운 방법은 생수를 살짝 부어보는 것입니다. 물이 흘러가는 방향이 곧 사이트의 경사 방향이고, 이 방향을 알아야 나머지 배치가 다 정해집니다.
데크라면 물이 배수구나 데크 가장자리 틈으로 빠지는 방향을, 흙바닥이라면 물이 고이지 않고 흘러 내려가는 낮은 쪽을 확인하시면 됩니다. 비가 예보돼 있지 않더라도 이슬이나 결로수가 텐트 바닥으로 흘러들 수 있어서, 맑은 날에도 이 과정은 건너뛰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.
머리는 높은 쪽으로
배수 방향을 파악했다면, 이제 몸의 방향을 정할 차례입니다.
원칙은 간단합니다. 머리는 높은 쪽, 발은 낮은 쪽.
이유는 두 가지입니다. 첫째, 혈액이 다리 쪽으로 살짝 쏠리는 느낌이 발이 높은 것보다 훨씬 편안합니다. 반대로 누우면 머리 쪽으로 피가 쏠려 답답한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. 둘째, 자는 동안 몸이 미끄러지더라도 발 쪽으로 미끄러지는 게 훨씬 덜 신경 쓰입니다. 머리가 낮은 쪽에 있으면 자다가 계속 아래로 쏠려서 뒤척이게 됩니다.
경사가 심하지 않다면 굳이 텐트 전체를 등고선에 맞춰 비스듬히 칠 필요 없이, 이너텐트 안에서 매트 방향만 조정해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.
터널형이 경사에 유독 예민한 이유
앞선 글에서 터널형은 가이라인 텐션에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고 말씀드렸는데요, 이 특성이 경사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합니다.
터널형은 앞뒤 폴이 나란히 서서 같은 텐션을 유지해야 형태가 곱게 나옵니다. 그런데 경사면에서는 낮은 쪽 폴이 받는 하중과 높은 쪽 폴이 받는 하중이 달라지면서, 텐트 전체가 한쪽으로 비뚤어지거나 폴에 무리한 힘이 걸릴 수 있습니다. 심한 경우 폴 연결부가 빠지거나 파손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.
반면 돔형은 자립형 구조라 경사에 상대적으로 너그럽습니다. 폴 자체의 탄성으로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, 약간의 경사에서는 텐션 불균형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. 경사가 있는 사이트를 자주 만나신다면, 이 부분도 타입 선택에 참고하시면 좋습니다.
팩다운 각도, 경사에 맞게 조정하기
평지에서는 팩을 지면과 45도 각도로 박는 게 기본이지만, 경사면에서는 이 각도를 조정해야 합니다.
- 경사 위쪽(높은 쪽) 팩: 텐트가 아래로 미끄러지려는 힘을 받으므로, 팩을 평소보다 조금 더 눕혀서 경사 아래 방향으로 당기는 힘에 대응하도록 박습니다. - 경사 아래쪽(낮은 쪽) 팩: 반대로 텐트가 아래에서 위로 당겨지는 저항을 받기 때문에, 평소보다 살짝 세워서 박는 게 안정적입니다. - 가이라인 텐션: 경사 위쪽 가이라인은 조금 더 팽팽하게, 아래쪽은 살짝 여유를 두는 식으로 미세 조정하면 텐트 전체의 뒤틀림을 줄일 수 있습니다.
말로 설명하면 복잡해 보이지만, 실제로는 "경사 위쪽은 눕혀서, 아래쪽은 세워서" 이 한 문장만 기억하셔도 충분합니다.
경사가 있는 사이트인 걸 미리 알고 계신다면, 애초에 설치가 상대적으로 쉬운 타입을 고르는 것도 방법입니다. 저희 [비교 페이지]에서는 "설치 난이도" 항목으로 자립형 여부와 1인 설치 가능 여부를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.
다음 글에서는 4계절 스커트가 정말 필요한지, 봄가을 캠퍼 입장에서 따져보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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